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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스키아 대표

3D로 종양 투시하는 게임사 대표 


게임사 대표가 의료용 AR 솔루션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임 개발에 활용하려고 갈고닦았던 AR 기술이 의료용 아이템으로 되살아났다. 환자 몸을 절개하지 않아도 종양의 위치를 태블릿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넥슨과 텐센트가 한때 눈독 들였던 올엠을 이끄는 이종명 대표. 스키아로 두 번째 창업에 나선 그를 만나봤다.


게임사가 차린 의료 솔루션 회사? 의료영상 증강현실(AR) 솔루션 기술로 주목받는 스키아 얘기다. 이 회사는 그간 2차원 형식에 머물렀던 컴퓨터단층촬영(CT)상의 병변 영상을 환자의 신체에 투영해 수술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AR 솔루션을 개발했다.


바로 스키아가 개발한 의료영상 기반 증강현실 솔루션 MARS(Medical Augmented Reality Solution)다. 환자의 몸을 3D 스캐닝하고, 이를 재구성한 3D 의료영상(CT·MRI)과 실시간으로 매치하는 비마커(Markerless) AR 기술이 집약돼 있다.


쉽게 말해 외과의사가 AR 기술로 몸속 종양의 위치를 투시하듯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태블릿에 종양 위치도 정확하게 나와 영상의학과의 업무 부담도 덜고, 절개할 종양을 쉽게 찾아 수술도 빠르게 끝낼 수 있다. 종종 있는 과다절제나 재수술도 피할 수 있다. 실제 스키아 임상 전반에 관여하는 이준우 이화여대 목동병원 외과 교수는 “의료 현장에 CT가 많이 보급됐지만, 여전히 2차원 차트에 나타난 병변 위로 ‘소노마킹’을 하는 의사의 감과 어림짐작으로 진료하는 일이 잦다”며 “스키아의 기술이라면 마커 과정 없이 병변 데이터를 3차원으로 나타내 과다절제나 병변을 찾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에도 AR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 이미 척추나 유방암 수술에 CT 데이터를 3D로 구현해 환자 몸 위에서 보여주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 몸에 기준점이 되는 마커를 붙이거나 삽입해야 하죠. 환자가 크게 호흡이라도 하면 마커 위치가 달라지고 화면 속 병변 영상이 흔들립니다. 결국 오차가 생기는 거죠. 스키아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종명(47) 스키아 대표가 설명했다. AR 영상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 2개도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인식기술과 사용 장비에서 경쟁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대표는 “기존 방식은 마커로 환자 몸을 인식하고, 수술실에 고정된 센서를 활용해 3D로 재가공한 데이터를 보여준다”며 “스키아는 3D 센싱 카메라 기반의 장비(스마트폰, 태블릿, 헤드셋 등)로 스캔해 곧바로 3차원 데이터를 입힌다”고 덧붙였다.


투자사도 기술력을 알아봤다. 2018년 9월 설립 직후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프로그램인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최종 선정됐다. 지난 2월에는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으로부터 2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이 대표의 이력도 특이하다. 그는 현재 ‘크리티카 온라인’, ‘루니아 전기’ 등 PC 게임을 서비스하는 중견 게임사 올엠(Allm) 대표를 맡고 있다. 크리티카 온라인은 2013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70여 개 나라에서 2000만 명이 즐기고 있고, ‘2007년 디지털콘텐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루니아 전기는 80여 개 나라 5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올해 2월 국내 게임 개발사 컴투스가 지분의 약 57%를 인수할 정도로 PC 게임 개발 역량도 탄탄하다. 게임과 의료용 AR 솔루션을 아우르는 이 대표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주변에서 루니아 전기라는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올엠이라는 회사를 모르는 이가 없을 거다. 특히 PC게임계에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의료용 AR 솔루션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한다. 우연한 기회였다. 2016년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결합한 융합현실(MR) 기술로 ‘호러 할로윈: 좀비 아일랜드’ 행사 체험장을 만들었다. VR 장비를 착용하고 걸으며 공포 체험을 하는 식이었다. 이준우 교수가 이곳을 찾았을 때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어떤 얘기였나.


VR 기술을 활용한 게임만 생각했는데, 이준우 교수가 의료용 기기에 활용해볼 것을 권했다. 병원 수술실에서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동시적 위치 인식·맵핑) 기술과 AR·VR 구현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이 교수 얘기를 좀 더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외과 의사들의 고민이 많았던 듯싶다.


그렇다. 흔히 엑스레이나 CT, MRI를 보고 병변의 정도나 위치를 파악하는데, 의사들이야 전문가니까 대략 어디쯤 암이 있는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자료를 보고 수술에 들어간다. 물론 일반인은 2차원 이미지로는 짐작조차 어렵다. 하지만 막상 수술실에서 환자 몸을 절개하면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인체 조직이 레고 블록처럼 명확하게 구분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마땅한 수술용 내비게이션이 없다 보니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의 경력과 노하우에 의존하게 된다. 영상의학과의 판독 결과가 없다면 수술은 중단되고, 판독 결과가 있어도 과하게 절개하거나 10% 정도는 재수술까지 해야 했다.


이 교수 덕이 컸나.


그런 셈이다. AR·VR 기술의 활용 폭을 넓혀줬다. 당시는 게임 시장에서 갑자기 AR 기술 활용이 시들해진 때이기도 했다. 일단 의료계 환경에서 이 기술이 어떻게 도움이 될지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봤다. 대학병원부터 돌며 유방암 사례부터 살펴봤다. 대부분 유방 병변 진단은 MRI로 확인했는데, 누워서 촬영해 유방의 변형이 심해 노련한 의사가 아니고서는 병변의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 결국 CT 결과도 보면서 위치를 특정해야 하는데, 영상의학과에서 일이 몰리는 이유였다.


스키아 솔루션을 도입하면 어떻게 달라지나.


일단 환자가 영상의학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유방암 수술 시 금속 와이어를 환부에 꽂는 시술도 했는데 이것도 필요 없다. 3D 센싱 카메라가 달린 태블릿으로 환자 몸을 스캔하면, 집도의는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 내 MRI·CT 영상으로 3D 모델링한 데이터를 환자 몸에 투영해가며 정확하게 암 부위만 제거할 수 있다. 수술 시간이 30%가량 줄고, 수술로 테이션이 빠르게 진행되니 병원 경영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의료계 반응은 어땠나.


이준우 교수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2000년대 의료 환경은 차트가 주였다. 그러다가 엑스레이 자료를 디지털화하면서 픽처 아카이브(사진 보관소)에서 이미지를 분석하는 시대로 넘어갔다. 그러다 MRI·CT 영상이 나오면서 평면(2D)시대가 가고 입체(3D)로 변했다. 훨씬 더 보기 편해졌다지만, 분석할 데이터 양은 늘고 분석기법도 훨씬 정교해져야 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초 딸이 고관절 수술을 하게 돼 CT 데이터로 설명을 들었다. 수직 단면으로 촬영한 화면을 보는 데 나조차도 정확한 부위를 모르겠더라. 스키아 솔루션이 보급된다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했다고 들었다.


임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재 AR영상 기술이 유방암 쪽에 특화돼 있다. 올해 이준우 교수를 필두로 의과대학과 연계해 임상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해외 임상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기술을 정교화하려면 임상은 최대 과제다. 올해 국내에서 하반기까지 탐색과 확증 두 가지 임상을 마치고 내년부터 미국 FDA 임상을 진행해 의료용 AR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고 싶다.


게임업계에서는 꽤 고참이다.


창업한 지 24년이 넘었다. 1997년 대학 재학 시절 회사를 차렸다. 물론 딱히 회사다운 형태는 아니었다. 2000년 웹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하면서 법인을 설립해 면모를 갖췄고, 2003년 루니아 전기를 개발하면서 PC게임 시장에 발을 디뎠다. 지금도 올엠에서 개발과 사업을 함께하는 김영국 이사와 권혁 이사는 창업 멤버다. 권혁 이사는 스키아의 UX 개발도 총괄하고 있다. 대학생 때 봉천동 오락실에서 만난 멤버들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 웹젠을 이끌었던 김창근, 김병관 등 국내 게임업계 1세대들과는 선후배, 친구 사이다. 올엠이 상대적으로 덜 풀린 케이스(?)라고 해야 하나. (웃음)


올엠의 개발능력이 큰 도움이 됐겠다.


스키아에는 올엠 원년 멤버도 관여하고 있고, 다른 분야에서도 합류했다. 스키아 조직은 크게 의료 영상 빅데이터 처리, AR 구현, 임상과 사용자 테스트 등 크게 3가지 부문으로 나눠 움직이고 있다. 영상 빅데이터 분석은 새로운 전문가가 필요했고, AR 구현에는 나와 권혁 이사를 비롯해 올엠 파워가 뒷받침됐다. 임상 부문은 이준우 교수가 전담한다고 볼 수 있다.


20년 넘게 경영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겠다.


풋풋한 스타트업은 아니니까. (웃음) 올엠의 게임 개발에 더 주력할까. 아니면 기업공개(IPO)를 더 앞당겨야 하나. 나도 무작정 뭐라도 해보자던 20대 마음 같지 않은 터라 주위 걱정만큼 고민이 많았다. 나만 바라보는 직원과 주주도 있다. 대박을 터뜨린 추억도 떠오른다. 2012년 넥슨이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개발한 네오플을 인수했다. 사실 2011년 서민 넥슨 대표가 찾아와 인수합병을 제안했었다. 그때 텐센트에서 100억원 정도 투자까지 받아 글로벌 시장에 홀로 나가도 될 것 같았다. 이듬해 내놓은 액션게임 크리티카도 던파를 꺾기까지 했다. 하지만 게임을 개발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유저가 모이는 게임 생태계를 얼마나 잘 운영하고 서비스의 질을 유지해가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그때 넥슨과 차라리 손을 잡았더라면…. 돌아보면 아쉬움이 끝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올엠은 PC게임 개발 역량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 됐다. 다시금 PC게임이 주목하는 글로벌 게임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개발자도 아닌데, 두 번이나 기술업체를 차렸다.


주변에 게임을 잘 아는 친구나 선후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따라오라고 하기보다는 그들이 더 열정적으로 뛰어다닐 무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1996년 김형국 이사 하숙집에서 회사를 만들어보자 제안했을 때 혼자보다 여러 사람이 이로운 곳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끌어들이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대학 동기이자 대전격투게임 천재 김영국 이사, 김영국 이사와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영화 [취화선]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권혁 이사,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조경식 실장, 생물학을 전공한 나승원 실장까지 모두 김영국 이사와 함께 사업하자고 꼬셨던 봉천동 멤버다.


이준우 교수도 비슷한 케이스인가.


그런 셈이다. 원래 잘 아는 후배인데 평상시에도 하이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스키아의 출발도 이 교수의 힘이 컸다. 자신이 외과 의사면서 의료 솔루션 개발에도 열정이 있었다. 스키아에 직접 투자까지 했다. 영상 데이터, AR 기술, 임상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는 뭐든 꺼내놓고 생각해본다.


요즘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올엠, 스키아 모두 영향이 있나.


분명 있다. 하지만 올엠이란 회사 자체가 원년 멤버가 주요 주주이고 개발 중심에서 있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이 집중된 시장에서 PC게임 회사로는 올엠이 좀 독보적이다. 올엠에서 PC게임 개발을 좀 해봤다고 하면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다. 새로 모집할 때가 문제다. 스키아를 비롯해 우리가 다른 대형사처럼 고액 연봉을 턱턱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는 훨씬 더 많다.


두 회사 대표,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은 역시 어렵다. 다 걸어도, 잘나가도 한순간에 망하는 게 사업이더라.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게 사람이다. 임직원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주고 같이 갈지가 중요하다. 올엠과 스키아, 구성원과 비전을 공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창업 환경은 내가 처음 올엠을 차릴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예전엔 투자사 리스트조차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창업은 장난이 아니다.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이라면 반드시 망한다.


포브스,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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